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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트업의 위험성(2)
    Nothing/Blah 2024. 4. 3.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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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예전에 적었던 소설을 옮겨왔다. 

     

    조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침묵인 걸 왜 모르지? 남들은 다 생각 없고 본인들만 남을 분석하며 똑똑하게 사는 줄 아는 우리 대표가 어느 순간 불쌍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제일 잘 났고, 멍청한 애들은 원래 저렇게 생각이 없어서 불만이 많은 거라고. 그래도 나처럼 불만 있으면 불만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오히려 다루기 쉽지 않나. 원하는 거 맞춰주기만 하면 충성하겠다는데. 조용하고 웃어주는 직원이 본인이 다루기 편하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은 언제쯤 없어질지 모르겠다. 그런 애들이 술자리에서는 네 욕 더 많이 하는데 어쩌네. 회사 내 전체 인원이 많지도 않은데, 이 인원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서 여기저기 조직에 상처 나는 것도 모르고. 회사에 왜 직원이 안 들어오겠어. 생각을 좀 해봐. 하여튼 좋은 일 하면서 욕 처먹는 것도 재주가 틀림이 없다. 최근에는 연말 회식한다고 종무식 때 마트에서 장을 봐와서 밖에서 고기를 구워 먹자고 했다. 맨날 일 안 한다고 욕하면서, 이런 잡무는 일하는데 방해가 된다고 생각을 안 하는 걸까. 그리고 누가 영하의 날씨에 밖에서 고기 굽고 싶을까. 이것도 복지라고 생각하는 걸까. 본인은 밖에서 도움 하나도 못 주면서 주머니에 손 넣고 돌아다니던 걸 전 직원이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지 돌이켜는 봤을까? 아니겠지. 그랬으면 몇 년 동안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겠지..

    좀 지내보니까 대표라는 직책에는 언변술이 반드시 필요한 스킬인 것 같다. 사람들 앞에 서서 고무적인 말을 할 줄 알아야 하고, 강단이 있는 말들로 직원들을 휘어잡는(?) 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믿고 따를 수 없고, 아무리 좋은 계획이 대표 놈 머릿속에 있다고 해도 표현하지 않으면 갈팡질팡하기 나름이니까. 대표가 나이가 좀 더 많아서 그럴 수 있다 싶다가도 우리 상무에게도 없는 기술이라 뭐 나이가 문제가 아닌 거 같다. 이젠 아예 두 사람에게 기대도 안 하지만.

    지난주에는 인사고과 평가를 올해부터 진행한다고 하더라. 팀장들 의견 조율 없이, 당사자들 업무 배정에 대한 검토 하나도 없이. 사람들 마음속에는 다들 뭔가 하나씩 하고 싶은 업무들이 있을 것이고, 없으면 각자의 강점이 있다. 그걸 다 파악하고 있는 게 사실 '관리자'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직원은 무얼 잘하고, 어떤 것에 강점이 있으니 이런 일을 맡기는 게 좋겠다' 등등. 이건 내가 대학교 때 들은 수업에도 나온 말인데, 이걸 그냥 아무런 상의도 없이 '너네 일 안 하는 거 같으니까, 대표님이 이런 스탠스를 취한 거다. 협의할 가능성이 없어 보이니 이대로 진행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더라. 정말 아쉽지만, 상무님, 일 안 한 건 당신이라는 걸 모든 직원들이 알고 있습니다. 아침에 호로록 소리 내면서 커피 마실 때, 당신은 계획이라는 걸 짰어야 합니다. 모르면 사람들에게 물어보면서 했어야죠. 계획을 짜고 업무 분장을 제대로 하자! 이 콘셉트는 이미 2020년도부터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경영지원 파트의 사람들과 트러블들이 생긴 이유가 다 그것 때문이니까.

    지금이 되고 나니 알 것 같다. 상무 당신이 왜 그렇게 남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는지. 본인의 부족함을 숨기고자 한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 이렇게 행동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들을 내보내기 위해서 억지 말도 안 되는 감사 일정을 짜고 보고서를 작성한 웃기지도 않는 시트콤 시나리오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정말 그들이 나쁜 사람인 줄 알았지. 알고 보니 정말 나쁜 사람은 따로 있었네.

    지난주에 말한 인사고과 이야기는 사실 더 좋은 표현 방법이 많았다. 화살을 대표에게 돌릴 수 있었으며,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다는 식으로 회피할 수 있었지만 그 방법이 너무 잘못되었다. 으쌰 으쌰 다들 잘해봅시다. 더 잘해보자는 의미에서 만드는 제도다, 이걸 잘 활용해서 차후에는 더 좋은 방식으로 회사가 돌려주려고 할 것이다 등등. 괜히 누구에게만 몰아준다 생각하지 말고 다 같이 잘해서 좋은 결과 나오면 모두에게 좋은 인센, 연봉협상이 있을 거라고만 말했어도 아무 말 안 하고 지나갔겠다. 하지만 그런 생각까지 했겠는가. 배가 부르면 거기서 끝인 관리자는 배와 뇌를 갈라도 지방밖에 나오지 않을 텐데. 맨날 코 먹는 거 말고 별다른 스킬을 보여주지 못하면, 한 조직의 팀 대표로 총알받이라도 하던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공무원한테 연락해서 헛소리를 하지 않나, 감정 표출 먼저 하는 인허가 담당자는 살다 처음 봤다. 진짜 길 가다 보이면 뒤통수 한 대 딱 놔주고 싶다. 이번에 청약되어서 이사 준비하는 거 같던데, 방 내에서 전화받는 목소리 들으면 진짜 화난다.

    우리는 교통비 지원도 잘려, 핸드폰 요금 지원도 없어 그런데 그 와중에 뭐 업무 전화로 얼마나 쓰는지 몰라도 핸드폰비 지원받고, 연봉도 대표랑 몰래 협상해서 돈 더 올려줘. 기가 찰 수밖에 없다. 이래서 좋좋소라는 드라마가 나온 게 아닐까? 아직도 가끔 상무 놈의 목소리가 맴돈다. 이직하고 온 우리에게 던진 한 문장. "이전 직장 연봉 한참 뛰어넘지 않았어?" 이전 직장.. 초봉이 기본급만 4800선에 매년 매출에 따른 성과급 (월급의 150%, 연 1회 혹은 2회) 포함하면 더 넘겠지. 설날, 추석 같은 명절에는 30~40만 원 선 선물도 주고, 생일 같은 날이나 애매한 명절에는 10만 원 상품권도 나오고, 휴대폰 사용료는 3만 원씩 지원해 줬다. 직원들에게 돌려주는 게 결국 경비처리나 다름이 없으니까 했을지도 모르겠지만(나야 뭐 윗사람들의 돈 흐름을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나),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썩 나쁘지 않았다. 이런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지껄이는 그의 입에서 튀어나오는 분말들이 너무 보기 싫었다. 그의 입발린 냄새나는 목소리 '언제나 내 방문은 열려있으니까'.

    미안한데, 난 그 방 문 닫으려고 이야기한 거야. 너의 손톱 깎는 소리, 너의 후루룩하며 커피 마시는 소리, 쓸데 없는 하품 소리, 의미 없는 의성어 소리 다 듣고 싶지 않아서 이야기한 거야.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건 없다. 능력이 없다면 알아서 조용히 소장이 아닌 팀장급의 자리로 내려와서 업무를 하달 받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왜 그걸 못 놓아서 전체를 위험하게 만드는 것일까. 왜 그러는 걸까. 무엇이 두려운 것일까. 오히려 후련할 텐데. 실험 데이터에 그 어떠한 조언도 못해주면서 생색내는 얼굴 표정 하나하나 정말 너무 싫다. 얼른 나갔으면 좋겠다. 누구도 널 좋아하지 않는데 왜 앉아있는 걸까. 회식도 도망가고, 생일 파티도 도망가는 소장이 어디 있냐?

    오죽하면 연구소 아닌 경영 쪽 사람들도 '신의가 없는 사람이에요. 둘 다'라고 하니. MZ MZ 하는데, 진짜 문제는 침묵하고 다니는 MZ가 아니라 불만을 이야기해도 듣는 척도 안 하는 너네가 제일 문제야.

    회의 때 '일단 해보자'라는 그의 말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말이었는지, 그날 자기 전에 생각을 했을까. 일단 해보자는 말은 계획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1년, 2년, 3년을 보내온 임원진 너희들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일단 해보자는 없다. 모든 것은 단기 계획, 중장기 계획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회사의 사업밖에 없다. 일단 해보자?를 쓸 수 있는 건 오늘 네놈이 집에 가서 해야 할 분리수거 정도이지.

    오늘의 소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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